의학칼럼

 
여성과 화병(火病)
 글쓴이 : 강남동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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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화병(火病)



  화병이란 울화병이라고도 하는데, 화가 나서 생기는 병으로, 그 증상의 대부분이 화(火)나 열(熱)의 양상을 띠는 병이다.

증상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은데

 ☞ 불안·초조·우울한가 하면 미칠 듯 짜증부리고 울화통을 왈칵 터뜨린다.
 ☞ 나른하고 피곤하여 말하기조차 싫어질 정도로 만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 하품이 잦고 항상 졸리지만 막상 잠을 자면 깊게 자지 못한다.
 ☞ 항상 쫓기는 것 같고 자신이 없어지며 홀로 있고 싶어 한다.
 ☞ 산만해지며 잘 잊고 실수가 많다.
 ☞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자신의 기분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 눈이 충혈되고 침침하며 뻑뻑하고 깜빡거리며 눈꺼풀이 잘 떨린다.
 ☞ 양볼에 열기가 달아오르다가 열이 가시고 오싹오싹 서늘해지기도 한다.
 ☞ 머리가 무겁거나 아파 쩔쩔매고, 어찔어찔하며 마치 혈압이 오르는 듯하다.
 ☞ 입이 쓰고 단내가 나며, 입이 혀끝이 빨갛게 되며, 입안이 잘 헌다.
 ☞ 가슴에 열이 맺혀 답답해 한숨을 자꾸 내뱉고 심장이 괜히 놀란 것처럼 뛴다.
 ☞ 손발이 화끈화끈 뜨겁다가 금방 냉해지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괸다.
 ☞ 손발이 잘 붓고 얼굴과 눈두덩까지 부석부석하며 정신이 맑지 못하다.
 ☞ 피부가 건조해지고 검어지며, 주름·검버섯·기미·주근깨 따위가 생긴다.
 ☞ 유달리 추위를 타고 몸이 붕 떠서, 둥실대는 듯하다.
 ☞ 식욕이 없고 가스가 찬 것 마냥 팽만하고 식후 옴짝달싹 하기 싫을 정도로 노곤하다.
 ☞ 어깨가 굳고 손발이 저리며 쑤셔 오고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근육에 쥐가 난다.
 ☞ 소변이 잦고 대변이 굳거나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하는 등 과민하다.
 ☞ 월경통이 있고, 질 분비물 감소로 외음부가 건조해져 성교 때 아프다.


1. 화병(火病)은 왜 생길까? 

   40대 이후 특히 여성들에게서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한때 아름답던 육체가 빛을 잃어가면서 용모에 매력이 줄어들고, 자신이 없어진다.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가정에서도 자녀들이나 남편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증이 오거나, 금전적인 문제나 남편의 외도 또는 자녀들 문제까지 겹치면 그 울화증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화병은 경쟁사회의 그늘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문명병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화병을 어떤 마음으로 이겨내야 할까? 화병은 신경 안 쓰고 죽은 듯이 웅크려 있다고 해서 낫는 게 아니다. 피하지 말고 부딪쳐 해결할 각오가 필요하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여한이 없게 가슴 속에 맺힌 한의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묵은 감정까지 화풀이하면서 결판낸다고 결판날 화병이 아니므로 평소에 자기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과 타협도 하고, 만족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마음으로 생긴 병은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마음속의 모든 의심이나 걱정, 생각, 모든 망념, 모든 불평을 풀라. 세상만사 모두 공허요, 종일 이루어 놓았다는 것도 모두 망상이요, 내 몸도 알고 보면 모두 헛된 환영이요, 화와 복 모두 본시 없는 것이요, 생과 사 모두 일몽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한번 깨닫고 나서 이를 알면 마음이 자연히 청정해져 질병도 낫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이 입에 이르지 않았는데 병은 이미 잊은 것이 되니 참된 이가 도에 가깝게 함이 이런 것이다."라고하여 진인(眞人)의 도(道)를 따르는 것만이 화병을 이겨내는 참된 길일 것이다.


2. 화병에 잘 걸리는 성격은 무엇일까?

화병은 심리적 충격에 의한 신경증적 증상이 복합된 장애이다.

  그 첫 단계인 충격기에는 배신감과 증오심과 분노로 얼룩지는데, 이것이 가치체계·도덕관·원망(怨望)과 충돌하면 갈등기에 빠져 고뇌하게 된다. 그러다가 한이 맺히고 쌓이면서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체념기에 들어가고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하면서도 미련과 집념을 버리지 못하는 속에서 비로소 화증의 증상기를 맞게 되어 복잡한 증상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그러니까 가족이나 주위로부터 어떤 압박감을 주는 현실적 원인이 없는데도 스스로 상상하여 주변에서 많은 것에 적응하길 강요한다고 지레 짐작하게 된다. 그 심리적 갈등으로 끝내는 화증을 형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화증은 유전적 소인과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 성향에서는 소음인과 소양인에서 화증을 많이 볼 수 있다.

화병에 잘 걸리는 성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

 ☞ 의존적이며 끊임없는 관심을 갈망하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 빈틈이 없고 강박적이며 완고하다.
 ☞ 복종과 반역의 심적 갈등을 느낀다.
 ☞ 자신의 결점이 들어나 자신이 추한 모습으로 비춰질까 두려워한다.
 ☞ 오래 고통받고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다.
 ☞ 우월감에 차서 가족 구성원간에 경쟁적 관계를 갖는다.
 ☞ 어린 시절에 경험한 실망과 상실의 재현이 두려워 마음을 닫고 있는 성격이다.


3. 화병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화병의 대부분은 오랜 세월 동안에 형성된 것이므로, 증상이 나타날 시점에서는 아주 완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존재한다고도 보는데. 억울한 것 자체를 억누르고 체념하면서 살아오다 어느 순간부터 문득 뒤돌아보면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억울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면서 증상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지금은 신경 쓰는 일도 없고, 가족들도 속 썩이는 사람 없는데 왜 이런 병이 생기나요?” 하고 질문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가 모르게 억압된 느낌이나 생각이 있어서 또 하나의 마음을 형성한다. 이것이 무의식이고, 무의식에 억압된 것이 증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즉 원인제공자는 없어졌다고 하여도, 마음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화병은 어떻게 하면 치료되고, 또 예방은 할 수 없는 것인가. 한마디로 쉬운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에 걸쳐서 단단하게 형성된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없앨 수 있다면 제일 쉬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인을 제거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불가능하다. 고부갈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따로 살수 없는 노릇이고, 부부간의 갈등이 있다고 해서 별거나 이혼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억울하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하는 것은 자존심이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욕심껏 이루어지지 않을 때 불만이나 화가 생길 것이고, 자존심이나 체면에 치우쳐 생각하다 보면 분하고 억울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욕심을 버리고 자존심이나 체면을 최소한으로 지킨다면 대인관계가 원만해질 것이고 욕심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쌓이는 화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이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화만 풀자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신의학에서 승화는 자신이나 사회를 위해 유용한 쪽으로 심리를 돌려서 쓰는 것을 말하는데, 화병에 유익하다고 봅다.
골나면 보리방아 더 잘 찧는다는 속담에서처럼 보다 건전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또 상대가 대화 가능한 사람이라면 대화로 푸는 것이 좋다. 처음이 두렵고 어렵지, 두 번째는 좀 수월하고 되풀이 하다보면 점차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도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